전라북도시각장애인연합회

 예기치 않게 불행을 맞닥뜨린 사람들은 종종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죠?”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는 두가지 큰 맹점이 있다. 첫 번째는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이나 질병을 처벌로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무의식중에 불행은 남들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며 자신은 거기에서 벗어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진다는 것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우리는 어떤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그래야 다시는 그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 원인을 도저히 알 수 없는 경우 우리는 그 이유를 마음 안에서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마음속에 숨죽이고 있던 죄책감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면 그 사건을 평소 자신이 갖고 있던 나쁜 감정이나 생각에 대한 처벌로 받아들이게 된다.

또 ‘나에게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라는 믿음은 나야말로 신이 가장 총애하고 보호하는 아이일 것이라는 유아기의 믿음과 같다. 즉 어떤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 주고 보호해 줄 보모가 있듯이 신이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닥친 불행은 이런 믿음을 산산조각 내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탄하는 것이다. ‘왜 나를 더 이상 보호해 주지 않나요?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다고....’라고.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당신에게 지금 당장 아주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당신이 무엇을 잘못했거나 당신이 나빠서가 아니다. 당신이 사랑 받을 만한 가치가 없어서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기 때문이다. 

[자료출처] 김혜남(2009)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하다, 걷는나무